
서울고등법원이 성별 제한 채용공고와 관련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4-2행정부는 2026년 8월 26일 진정기각결정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결정도 취소했다.
재판부는 소송총비용 역시 피고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부담하도록 했다.
■ 여성으로 모집대상 제한된 공고 확인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피진정회사가 2024년 8월 게시한 채용공고에서 모집대상을 여성으로 제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원고는 이를 성별에 따른 고용상 차별 문제로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피진정회사 측은 해당 제한이 채용담당자의 공고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 또는 착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가인권위는 이러한 설명과 조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해당 공고를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정을 기각했다.
■ 서울고법, 공고 작성 경위뿐 아니라 실제 결과도 판단
항소심에서는 공고를 작성한 담당자의 의도와 함께 실제로 어떤 내용이 공개됐고 그 결과 지원자에게 어떤 효과가 발생했는지가 검토됐다.
문제된 공고에서는 모집대상이 여성으로 정해져 있었고, 이에 따라 남성이 해당 채용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효과가 나타났다.
서울고법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행위 규정을 전제로 이러한 공고 내용이 고용 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특정 대상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업무에 특정 성별을 요구할 만한 합리적 사유가 있었는지도 함께 살폈다.
■ 담당자 실수 주장도 전체 자료와 함께 검토
피진정회사 측은 성별 제한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제시했지만 법원은 해당 설명만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문제된 채용공고의 실제 게시 내용과 지원 제한 효과, 사건 전후에 게시된 다른 채용공고, 성별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할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는지 등을 함께 검토했다.
판결문에는 문제된 공고 이후 모집대상을 남성으로 제한한 별도의 채용공고도 확인된 것으로 나타난다.
법원은 이러한 자료를 전체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려했다.
■ 국가인권위 판단에 사실오인·법령 적용상 잘못
서울고등법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결정에 사실오인이 존재하며 차별행위 관련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원고의 청구를 항소심에서 인용하고 국가인권위 처분을 취소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진정기각결정의 적법성을 심사한 행정소송이라는 점에서 피진정회사의 민사상 또는 형사상 책임 여부와는 구별된다.
원고는 “이번 사건은 성별 표시 하나만을 놓고 판단한 사건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진정인의 자료와 피진정인의 설명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함께 문제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진정인이 단순한 실수였다고 설명하더라도 실제로 실수였는지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충분히 조사한 다음 법률에 따라 차별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서울고법이 국가인권위 진정기각결정의 사실오인과 차별행위 관련 법령의 해석·적용상 잘못을 인정해 처분을 취소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