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10가구 중 3가구는 보증금이 무자녀 2인 가구의 총자산 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자금 지원이나 대규모 대출 없이는 입주가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발표한 제51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1381가구 중 421가구가 무자녀 가구 총자산 기준인 6억6200만원을 초과하는 보증금을 요구했다. 이는 전체 공급 물량의 30.5%로, 약 10가구 중 3가구에 해당한다.
특히 보증금이 10억원을 넘는 고가 단지도 82가구에 달하며 전체의 5.9%를 차지한다. 보증금이 가장 높은 단지는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로 13억8840만원, 반포자이 전용 84㎡는 12억6360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시가 적용하는 무자녀 가구 합산 총자산 기준은 주택 가격과 공급 지역에 관계없이 6억62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총자산에는 부동산뿐 아니라 예·적금, 주식, 연금, 보험 등 현금화가 어려운 금융상품도 포함된다. 입주 신청자는 자산 기준 외에 면적과 가구 유형에 따른 소득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자산 기준 한도 내에 자산을 보유한 가구가 이를 전부 보증금으로 쓴다고 가정해도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보증금과 자산 기준 차액만 7억2640만원, 반포자이 전용 84㎡는 6억160만원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이 금액을 연 4.5% 금리로 대출할 경우 월 이자 부담은 래미안퍼스티지가 272만4000원, 반포자이가 225만6000원에 이른다. 특히 연금과 보험 등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이 많다면 실제 대출 규모와 금융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민간 전월세와 비교해 주거비 절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신혼부부 대상의 장기전세 유형인 ‘미리내집’에 대해 보증금의 70%를 입주 시 납부하고 나머지 30%를 유예하는 분할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51차 장기전세 모집에서는 지원 대상이 더 광범위해 해당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SH 측은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고가 장기전세는 자산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부모로부터 현금 지원이나 대규모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중산층 청년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정책 취지와 실제 자금 조달 구조가 괴리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월용청약연구소 박지민 대표는 “자산 기준을 충족해도 수억원의 추가 자금 마련이 필요한 구조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사회초년생은 자산이 적더라도 소득이 높은 경우가 많아 보증금을 낮추고 월 임대료를 받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정책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 지원을 목표로 하지만, 현실적인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