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구를 지도하면서 늘 공부와 농구가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수업시간에는 새로운 개념과 원리를 배우고 이해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 복습하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습도 중요하지만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복습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수업을 듣고 그 순간 이해했다고 해도 다시 꺼내보고 반복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계속 되짚어보고 다양한 문제에 적용하다 보면 단순한 지식이 점차 자신의 능력으로 변화하고, 처음에는 풀지 못했던 응용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농구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수업시간이 연습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수업과 연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수업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이며, 연습은 수업에서 배운 것을 반복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농구수업에서 학생들이 공을 많이 튀기고, 슛을 많이 던지고, 땀을 많이 흘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수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오늘 몇 번 드리블을 했는가, 몇 개의 슛을 던졌는가가 아니라 수업을 통해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무엇이 달라졌는가이다. 드리블을 가르친다면 단순히 공을 반복해서 튀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공의 위치가 중요하고, 왜 시선을 들어야 하며, 왜 수비수와 공 사이에 자신의 몸을 위치시켜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
방향전환을 가르친다면 동작의 형태만 따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수의 중심이 어디에 있고 어느 순간 방향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생각하게 해야 한다. 슈팅 역시 단순히 100개의 슛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밸런스, 발의 위치, 시선, 팔의 움직임, 손목의 사용, 착지의 안정성 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반복해야 한다. 아무런 이해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연습일 수는 있어도 교육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잘못된 동작을 교정하지 않은 채 계속 반복한다면 오히려 잘못된 습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에는 지도자의 설명과 관찰, 질문과 피드백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지도자는 단순히 “드리블 100번”, “슛 50개”, “레이업 20개”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무엇이 잘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찾아내며, 왜 그런 문제가 나타났는지를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부에서도 학원에 가서 선생님이 아무런 설명 없이 문제집만 주고 한 시간 동안 풀게 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는 굳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수업시간에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라면 수업의 의미가 약해진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반복훈련과 지도자에게 배우는 수업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수업에는 혼자 연습할 때 얻기 어려운 새로운 정보와 전문적인 피드백, 그리고 자신의 움직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나는 수업이 끝난 뒤 학생에게 “오늘 무엇을 배웠니?”라고 물었을 때 “드리블했어요”, “슛했어요”, “게임했어요”라는 대답보다 “드리블할 때 공만 보지 않고 수비수와 동료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방향을 바꿀 때 공만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몸의 중심도 함께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슛이 짧아지는 이유가 팔의 힘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하체와 상체의 연결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라는 대답이 나오는 수업을 만들고 싶다.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배웠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에서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연습이다.
공부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집에 돌아가 복습하고 문제를 풀어보듯이 농구에서도 수업시간에 배운 기술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처음에는 지도자가 알려준 내용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드리블하고 슈팅해야 하지만 반복이 쌓이면 점차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된다. 처음에는 “시선을 들어야지”, “무릎을 사용해야지”, “공을 몸 가까이에 두어야지”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지만 충분한 반복이 이루어지면 이러한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고, 그때부터 기술은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나는 이 과정을 공부에서의 복습과 같다고 본다. 배우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계속 저장하고 다시 꺼내 사용하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공부에서 단순히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그 공식을 다양한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듯 농구에서도 배운 기술을 경기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실제 농구경기에서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
수비수의 위치도 계속 달라지고, 동료의 움직임도 변하며, 경기시간과 점수, 공간과 속도에 따라 순간마다 다른 판단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에서 배운 기술을 단순히 기억하고 반복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고, 경기 속에서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공부에서의 응용문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본 문제만 반복해서 풀었던 학생은 문제의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농구도 콘을 정해진 위치에 놓고 항상 같은 방향과 같은 속도로만 움직였다면 실제 경기에서 수비수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는 순간 당황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수업은 기술의 모양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한다. 지도자는 “오른쪽으로 가”, “지금 패스해”, “슛해”라고 모든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수비수가 지금 어느 쪽을 막고 있었니?”, “왜 방금 공을 빼앗겼을까?”,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학생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

공부에서도 선생님이 모든 문제를 대신 풀어주면 학생의 문제 해결능력이 성장하기 어렵듯 농구에서도 지도자가 모든 선택을 대신해주면 선수는 지도자의 지시를 잘 따르는 선수는 될 수 있어도 스스로 경기를 읽는 선수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나는 농구의 성장 과정을 수업에서 배우고, 연습을 통해 저장하고, 경기에서 꺼내 쓰고,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를 다시 수업으로 가져와 수정하는 순환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배우고, 반복하고, 적용하고, 실패하고, 다시 배우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면서 선수의 능력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충분히 쌓이면 처음에는 지도자가 알려줘야만 움직이던 학생이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수비를 읽고, 공간을 보고, 동료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자신의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학생의 잠재능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잠재능력은 아무런 과정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수업에서 다양한 정보를 배우고, 연습을 통해 그 정보를 몸과 머릿속에 저장하고, 경기에서 수없이 꺼내 사용하며 수정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능력이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선수가 순간적으로 좋은 판단을 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보여주면 재능이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 재능의 상당 부분이 그동안 배우고, 기억하고, 반복하고, 응용해온 시간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농구교육의 목적은 학생에게 많은 동작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는 데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 수업마다 지도자가 스스로에게 “오늘 나는 무엇을 가르쳤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학생에게도 “오늘 너는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면 그 시간은 수업이 아니라 단순한 연습시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농구에서 반복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습 없는 성장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수업과 연습을 구분해야 한다. 수업에서는 제대로 배우고, 연습에서는 배운 것을 반복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고, 경기에서는 그것을 상황에 맞게 응용해야 한다. 공부에서도 수업을 듣고 복습한 뒤 시험에서 응용문제를 풀어내듯 농구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결국 수업에서 배우고, 연습에서 익히고, 경기에서 응용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계속 쌓였을 때 비로소 학생이 가진 잠재능력이 경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수업시간이 연습시간이 되면 안 된다. 수업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어야 하고, 연습은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어야 하며, 경기는 그렇게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스스로 판단하여 표현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공부와 농구가 닮아 있는 이유이며, 동시에 우리가 농구를 ‘운동’이 아니라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진 - 이형주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