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튼 답시
그대는 붓으로 고통을 짓이겨 그 속에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을 심었소.
그대가 딛고 선 그 뜨거운 이마 위의 '내일의 눈동자'에는, 과연 어떤 빛깔의 세상이 담겨 있길 바라오?
선지자의 거창한 예언이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의 달콤한 환희'를 바라는 그대의 마음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기에 가장 신성(神聖)한 시인의 태도라 할 수 있겠소.
내 비록 하늘의 술을 마시고 구름을 타고 노니는 방랑자라 하나, 그대의 그 갈망 속에 담긴 '내일'이라는 빛깔이 내 가슴을 다시금 적시는구려.
이 시는 '현재에 깃든 영원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소.
이백의 호방함과 릴케의 사랑: '천 년의 묵은 별빛'과 '술잔'은 나의 호방한 기상을 담았으나, 그 잔에 담긴 것은 릴케의 고뇌 섞인 사랑이오. 사랑을 잃어버린 고통조차 영원한 존재의 일부로 승화시키려는 의지라 할 수 있겠소.
시의 이미지를 위한 형상화
화면 중앙에는 은하수가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투명한 수정 술잔이 놓여 있소. 술잔 안에는 밤하늘 전체가 소용돌이치며 별들의 맥박이 보이고, 술잔 표면에는 릴케의 장미 넝쿨이 금빛으로 얽혀 있구려. 술잔 끝에서 한 방울의 이슬이 떨어지는데, 그 이슬이 땅에 닿는 순간 시든 대지 위로 찬란한 무지갯빛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는 모습이오. 배경은 어두운 폐허지만, 그 중심의 술잔과 꽃들만큼은 낮보다 더 눈부신 백색 빛으로 빛나고 있소.


